나는 이촌에 내렸다.

이촌에 내렸다. 이태원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시간이 좀 남았고, 마침내 약간이나마 느슨해진 더위가 좀 걸어도 괜찮겠다 싶은 느낌을 주었다. 이촌에서 4호선은 서쪽으로 잠깐 방향을 틀기 때문에, 북동쪽인 행선지까지 걸으려면 좋은 출발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겨레21을 뒤로 둘둘 말아 한 단만 보이게 쥐고 읽으면서 국립박물관을 관통하여 걸었다. 풍성한 수목이 시금치나물처럼 한김 식었지만 이미 푹 삶아진 그런 색이었다.

유스케 형을 만났다. 영국에서 고생스런 재미를 많이 보고 온 얘기를 들었다. 내가 영국에만 파는 데오드란트 좀 사다주시오 하고 전 후임으로써 염치불구한 부탁을 했음에도 Boots 매장을 있는대로 돌아다니며 찾아 봐 준 내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 그나저나 진주 공군교육사 행정학교 샤워실에 두고 온 내 데오드란트는 언제쯤 다시 가질 수 있을까. 런던에서 주점음식과 커리에 신물이 난 형이 찾는 새로운 음식을 먹기 위해 이집트 음식점 알리바바(…)에 갔는데 팔라펠 허머스 바바가누쉬 양고기 필라프를 아무렇게나 배 부를 때까지 먹었더니 좋았다. 바바가누쉬는 조만간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경리단길에서 잠깐 서듯 앉아 옛날 얘기하다가 헤쳤다.

  1. 클나쓰

    좋은 작품들 잘보았습니다.

  2. Y

    오 유스케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