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뜨거운 여의도에 갔다.

다들 더워서 휘청휘청대는 날이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여의도에 갔다. Au Bon Pain에서 커피우유를 먹으며 눈치껏 전화기 충전을 했다. 미국 각곳의 오봉팽 지점 사진이 벽에 걸려 있었다.

이번 휴가는 짧지 않았지만 아빠와 저녁 한 끼 먹을 기회가 없었다. 첫 날 둘 다 시간이 났었는데 어물쩡하다가 놓처버렸다. 대신 방학을 맞은 엄마와는 아침도 만들어 나눠 먹고, 배트맨 나오는 영화도 보러 가고, 평촌역에 종종 가는 일식집에서 이 년 전 이 계절에 오사카에서도 이만큼 더웠던 걸 떠올리며 로스까스를 따로 국처럼 내온 카레에 찍어 카라아게샐러드와 같이 먹었다. 집에 있을 수 있다면 여름은 퍽 견딜 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지구 기후변화의 대부」로 불린다는 NASA의 전문가 James Hansen근래의 더위가 온난화 아니면 설명 불가하다고 단언하고 나선 것도 후임친구 W가 알려주어 읽었는데, 가까운 미래에 남반구 어디에 별장을 짓지 않으면 꼼짝없이 혹한 혹서기마다 갇혀버리는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부지런히 돈을 만들어야겠다.

요새 쓰던 글들이 전체적으로 꽉 막혔다. 기상천외한 것을 조금이라도 넣을 자신이 없으면 쓰기 싫어지는 그런 병에 걸린 것 같다. 당분간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처음 막힐 때까지만 쓰는 처방을 내리겠다. 그런 식으로 문단 몇 개를 만들었다. 그 중 한둘은 그럭저럭 쓸만 한 세상을 빼꼼히 보이고 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그걸 기억할 수 있게 머리 속에 철해놓는 것은 바빠도 할 수 있지만 그걸 꺼내놓고 이리저리 재 보고 자르고 붙이고 확장하고 불을 놓아 카라멜화시키는 작업은 여유가 필요하다. 요새 사무실에서 책 만드는 일을 좀 바쁘게 하고 있었기에 그럴 만 한 짬이 없었다고 변명한다.

  1. ROSE

    부지런히 자금모아 별장 만들기 공동투자 합시더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 낫지 않은가?

    8월 마지막주에 휴가 가능하다면 짧아도 좋으니 영주랑 또한번의 여행을 계획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