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발을 만들고 싶었음을 고백합니다.

요새 직접 만들고 싶어 자료수집중인 물품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신발이다.

파리 시청 건너편에 있는 백화점 BHV (Bazaar de l’Hotel de Ville) 지하는 규모가 굉장한 bricolage (수작업, 철물) 전(廛)은 (철물을 원체 좋아하는 나이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씩 갔을 정도로 좋아하던 곳이다. 한 구석에 수제화 재료와 공구를 갖춰 놓고 있어 매번 유심히 보았던 것이 기억난다. 전통적인 방식의 구두 만들기용 가게였기 때문에 재료와 공구만 보고 한 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때 좀 더 자세히 보고 밑창의 재질이라든지 기타 재료 특성을 좀 익혀 두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 편하건, 예쁘건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매일 신고 걸어도 빵꾸 안 나는 걸 만들어야 성공인데 이 부분의 정확한 공학적 요구사항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엄한 재료로 실험할 엄두가 안 난다.

지난 달이었나, Dezeen에서 이런 작품을 보았다.

Lasso by Gaspard Tiné-Berès

0.5cm 정도 두께의 펠트를 발 밑에 깔고 걸어다니면 얼마나 오래 견디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나처럼 3차원 작업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놈에게는 매력적인 접근방식이다. 아직 팔질 않는데 예술세가 붙어 지나치게 비싸지만 않다면 하나 사서 실내화로 쓰고 싶다. (너무 비싸면 똑같이 만들어 나 혼자 신어야지)

신발 만들기로 인터넷을 뒤지면 거의 고급 수제화 만들기에 대한 강좌 안내나 방송국 문화센터 양식으로 아줌마들이 딸내미 고무장화에 리본으로 장식하는 수준의 일기내용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겨우 찾은 문외한의 신발 제작 사례는 대부분 여자 납작구두 만든 거였다. 남성 수제화 제작기를 스무 기 가량 읽어보았는데 라스트(크기와 모양을 결정하는 발 모양 형)부터 만들고 가죽을 당겨 못질하여 만드는 방식이 제대로 배우지 않고 시도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그만두었다.


Solemate Espadrilles from Office

그러다 만들 만할 수도 있겠다 싶은 양식이 떠올랐는데 바로 espadrilles(에스빠드리유)다. 에스빠드리유는 본디 짚을 냄비받침처럼 바짝 감아 붙인 것을 바닥으로 쓰는 피레네 지방 전통 여름신발이다. (Toms를 생각하면 얼추 맞다) 요새 너무 유행을 심하게 타고 있어 약간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바닥창을 직접 제작하는 데 있어 비교적 간단한 방법을 제공하므로 취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판하는 에스빠드리유는 고무창을 밑에 붙이는 등 모양만 짚신이 많지만 전통 에스빠드리유는 100% 마 줄기나 짚을 사용해 만든다.

사실 신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 지난 번 사 놓고 쓸 일이 없어져 놀고 있는 코르크판 때문인데, 정작 이런 비압축 코르크는 너무 마모가 잘 돼서 창으로 쓸 수 없다. 거기에 나름 공사용 실리콘과 PVA를 덧입혀 실험해 보았는데 역시 안 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 (PVA를 정말 많이 쓰면 또 모르겠지만) 그럼 신발은 신발이고 이 코르크를 어떻게 쓸지가 다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