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짝 걱정이 된다.

내 군생활이 100일 남았던 날에 제대를 맞은 용서할 수 없는 천적을 온더보더에서 만났다. 내 군생활도 더디게 간다는 느낌은 없지만 남의 군생활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간다. 천적과 무가식 입대 전날 대치동에서 만나서 이런 저런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 부대사람들 말고 나와서 정기적으로 연락해 만나는 군인친구가 멸종됐다. 동창들 중 몇 명 있긴 하지만 군생활 중에는 한두 번 뿐 못 본 사이들이다. 이들 둘은 카투사 친구였으므로 언제나 만날 수가 있었고 오히려 바쁜 학생/직장인 친구들에 비해 자주 불러내도 송구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군생활이 그들과 겹친 것은 참 마음이 놓이는 일이었다. 천적이와는 어김없이 건축과 도시계획 관련된 얘길 열띄고 하게 됐다.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사당에 내려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을 계속 보고 서 있었다. 그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취할 수 있다. 내게 친구들과 밤 새고 술 마시고 떠들던 시절은 일찌감치 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몸이 이젠 못해서가 아니라 딴 생각 없이 그것만 할 수 있는 어제와 내일이 있어줄까 싶은 마음에서다. 좀 더 커서 밤과 술을 즐긴다면 거기엔 아무래도 본생의 씁쓸함 약간량을 불태운다는 취지가 섞였을 것이다. Pont des arts에서 포도주 먹던 때가 다시 올 때쯤 나는 이미 그렇게 싼 포도주는 못 먹게 됀 상탤지도 모르겠다. 그게 살짝 걱정이 된다.

  1. 김괜저

    음 전 Counter Culture Coffee와 Mud Coffee 원두를 먹었는데 집에서 해 먹는 빈도가 낮을 때라 그닥 열심히 찾아보고 산 건 아니었어요. 둘 다 온라인 구매는 되지만 특히 Counter Culture는 가격이 꽤 돼서 지금만큼 집에서 많이 먹는다면 딴 데서 살 거 같네요. (에스프레소로 내린다는 가정하에 맛은 최고지만)

  2.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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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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