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떤다.

오후를 풀 깎는데 보냈더니 오른손이 떨려서 클릭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손의 기준점(reference point이 예초기의 진동상태에 적응한 바이다 라고 하면 더 멋있다는 걸 후임친구가 알려주었다. 예초기 작업은 풀을 베어 제거한다기보다는 풀을 갈아 넓게 펴바른다는 것이 더 근접한 표현이 된다. 줄을 길게 빼고 가솔린 냄새 시큼하도록 강도를 높인 채 전진하면 이 여자가 된 듯 강력한 염력을 만끽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는 점심시간 전 막간을 이용해서 의자 모형 하나를 만들었다. 며칠 전에 간단히 그려놓았던 것이다. 의자 디자인에 대해 아는 척 할 생각일랑 깨알만큼도 없다. 내가 (주로 나무로) 쓸모있는 물건들과 세간을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쓱쓱 썰어서 대충 구십도로 붙이고 못질하면 되는 책상이나 침대 같은 것들이었지, 허접하면 끝도 없이 허접해질 수 있는 의자를 만드는 건 원래 목록에 없었다. 하지만 재미삼아 그리다 보니 너무 두껍지 않은 합판을 직선으로만 잘라서 못과 풀질로 잇고 니은자형 철물로 직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썩 보기 좋고 편한 의자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Jasper MorrisonPlywood Chair의 투박한 사촌 정도 되는 모양인데 직접 3mm 보드로 모형을 만들어 보니 꽤나 그럴싸하다. 이거 제대하면 만들어야 되겠다. 그런데 이렇게 아직도 오른손이 떨려서야 원…….

  1. 681

    무리하게 컨트롤하려하지 않고 그저 손 안에 가볍게 쥐어진 채로 제 흥에 겨워 춤을 추게 둔다
    그것이 제초의 예술 잔듸춤사위

  2.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