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몸도 남의 몸도 참 알 수 없다.

Illustration from the Human Body: What it is and how it works
by Cornelius De Witt, found via Brain Pickings

코감기였는데 주위 몇 명이 진작에 앓았던 지독한 균이었다. 올 봄부터 관습이 바뀌어 매일 아침 가벼운 구보를 다같이 뛰는데, 코막힘과 기침 때문에 불편했다. 잘 때는 각종 액체가 하관을 뒤덮어 가관이었고 옆 친구들에게 미안케스리 코도 많이 골게 되었다. 정말 폼 안 나는 투병이었다. 목이 부으니까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엠넷 라이브 버전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봄바람 휘날리”며”의 가성음을 들릴락말락한 쇳날숨소리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한편 친한 후임이 다른 병에 걸렸는데 참지 말고 군 병원 밖 병원 얼른 가고 집에도 연락하라는 내 잔소리에 괜찮다고 그럴 생각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게 갑자기 너무 서운해서 버럭 화를 냈다. 그것도 날씨도 좋아 족구하고 잠깐 쉬면서 놀다가. 아마 군 생활 중에 남에게 대놓고 화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을 거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동기가 내가 걱정하는 마음이 걷어차인 기분이라 그랬겠지 라고 대신 설명해 주었다. 나도 남이 날 걱정하는 마음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마음은 몰라주고 꺼지라는 태도를 보인 적 많다. 자격이 없는 화를 내다니 부끄럽다.

  1. optimismm

    몸 모르는데 마음도 몰라 아직도 한참 모를 것이 사람이지요.

  2. 김괜저

    남 몸도 내 몸도

  3. ko-un

    이번 감기 오래 가더이다.. 몸 조심 하시길ㅜ 버스커에서 빵 터졌ㅋ

  4. 김괜저

    오래 가데요 진짜. 지금도 목소리 90%만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