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인이기 때문에 폐를 끼친다.

나라에는 (그리고 용돈 주는 부모님께는) 좋은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번번히 폐를 끼친다. 제일 먼저 여기에 나란 사람이 자판으로 두드려서 만드는 지적(知的) 찌꺼기를 읽으려고 오는 분들에게 폐를 끼친다. 와도 요샌 별 볼 일 없다는 걸 안다. 군인이라 흥미진진한 생활을 시시콜콜 누설할 수 없다. 군인이라 즐겁게 돌아가는 정치·사회면(복지! 복지!)에 대해 시끄럽게 떠들 수도 없다. 물론 보는 사람 없는 글도 쓸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은 좋은 일이다.

친구들에게도 가족에게도 폐를 끼친다. 내가 ‘만나 줄’ 만큼 한가한 사람들이 아닌데 군인이니까 봐 주는 것이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책을 덮으며 (술까지 먹은 채로 흔들리는 차 안에서 단지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글을 읽는 것은 어려워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돌아오는 휴가는 추석연휴인데 또 나를 다들 만나 줄 지 모르겠다.

야근하면서 후렌치파이를 먹으면서 잠깐 썼다. 작년 오늘은 뭘 했나 찾아보니 캐롤을 만나러 대구에 갔었구나. 그게 벌써 일 년이니 일 년 참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이 년이라면 좀 길다.

  1. DHP

    피드 수신하여 꾸준히 잘 읽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은 조금 더 편히 건강히 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2. 김괜저

    편히 ! 건강히 ! 잘 !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