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풀 깎느라 종일 땀 빼고 돌아와 보니 사전이 도착해 있다.

한반도를 두세 달 간 샅샅이 뒤지고도 바로 살 길을 찾지 못했던 책들만 모으고 목록을 추리고 또 줄여서 샀는데도(아마존) 꽤 많아서 우편업무 하면서 무거워 힘이 들었다. 책들은 나중에 읽은 것들 정리해서 새 글갈래로 화사하게 올릴 거라 넘어가고, 일 년여를 사야지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진 Langenscheidt French-English Anglais-Français Pocket Dictionary가 도착한 게 가장 좋다.

생김새가 청초하여 샀다가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학습 및 작업공간 장식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깨알같은 크기의 Langenscheidt Universal 사전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사 모으게 된 것들 중 하나인데 4년 전에 이태리어까지 세 권을 산 뒤로(그 날 사진을 보고 사전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있다) 헬싱키에서 핀란드어까지 추가해 현재 네 권이 책상 선반에 올라가 있다. 물론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만이다.

물론 작년 파리에 가기 훨씬 전부터 내 프랑스어 교수님들은 35,000 단어로 뭘 하겠느냐고 어서 제대로 된 사전을 들고 강의실에 나타날 것을 권고한 바 있었지만 쓸 데 없는 충성심 때문에 큰 사전을 사는 대신 Wordreference.com이 있으니 된다고 고집하였었다. 프랑스에 가고 나서는 내가 생각해도 요만한 사전으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지 오래인 상태가 되었지만 아파트에 딸려 온 이십 년 된 Larousse 사전(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없다)을 표지 떨어질 때까지 그냥 쓰면서도 새것을 안 사고 지냈다.

그러나 입대 후 프랑스어 책들을 읽으면서는 읽다 말고 달려갈 컴퓨터도 마땅치 않고 낡으나마 방대한 사전이 곁에 없으니 영 불편했다. 그래서 충성을 맹세한 이 내역모를 독일 출판사에서 새롭게 편집해 발간한 Pocket Dictionary를 이 개월의 구매대기와 국제배송기간 끝에 손에 넣게 된 것이다. 장담컨데 여덟 시간 제초작업 하고 가슴팍에 들러붙는 저고리를 펄럭펄럭거리면서 들어와 택배상자를 열었을 때 이렇게 잘생기고 믿을 만 한 독일계 프랑스어 사전이 태평양 건너 내 책상에 올려질 태세를 하고 있는 것을 본 기분 여러분은 모른다.

  1. ko-un

    저도 요거 독일어-영어 있는데 장식…이 돼버린…

    전 oxford 주먹크기 사전이 막 쓰기 좋아서 세개째 사모았어요ㅋㅋ

    단어도 없는게 많고 설명 초간단해서 오래 못 쓰지만;;

    근데 님 오타났어요;; Langenschied → Langenscheidt 예요.

  2. 김괜저

    땡큐요 수정완료 !

  3. ko-un

    님, ie → ei 요. j_j

    독일어라서 이 부분 발음이 완전 달라지거든요.

    랑엔시:트 → 랑엔샤이트

  4. 김괜저

    으아 어째 수정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