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궁전에 갔다.

       파리에 갓 도착했을 때 민망해서 차마 가지 못했던 곳들을 요즘에야 하나둘씩 들려보고 있다. 유치하지만 요새 그런 데 가면, 범 없는 골에 토끼가 스승이듯 이제 여기 좀 살았더니 관광객보다 주민에 어울리는 눈동자 굴리는 태도를 배웠음을 스스로 축하하게 된다. 이곳이야말로 아시아청년이 거대한 니콘을 꺼내들고 무릎을 꿇고 앉아 렌즈를 돌려도 아무도 의식할 게 없는 곳이다.

— Kings of Leon : Revelry

       집앞 역에서 20분 거리라 RER를 타고 가야 하는데 아침에 노선에 장애 있으니 꺼지랬다가 또 다음 역까지 걸어가니 기다리면 올거랬다가 이젠 저쪽승강장으로 가랬다 등 말이 많아서 두 시간 정도나 걸렸다. 결국 점심 시간을 넘겨서야 도착했기에 궁전 앞에서 커피와 케밥을 먹고, 광장을 걸어 대궐 쪽으로 걷는데 모랫바람이 거센 것이 왠지 달밤에 여럿이 횃불을 들고 보폭을 맞춰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번주 내내 하루에 이삼도씩 기온이 올라서 지금은 전체적으로 무척 달궈진 상태다. 이 날도 내게 가능한 옷차림 중 가장 가벼운 복장을 하고 갔으나 땀을 뻘뻘 흘렸다. 사람 많은 데 가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쨌든 실수로 정원에는 못 들어가는 실내표를 끊은 것은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함께 간 DianaMorgan과 한 두 시간 정도만 잽싸게 둘러보고 돌아왔다. 파리 시내에도 아직 못 한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1. 고기딖따

    베르사이유!!1

  2. 김괜저

    그렇다!

  3. 박뎐

    색이 다양한 것이 부럽습니다.

    이곳엔 색이 너무 없습니다. 특히 실내에는…

  4. 김괜저

    여기는 옛날 것일수록 알록달록하지만 요새 사람들은 칙칙하지.

  5. 안녕

    옛날 궁전에 현대인들을 데려다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궁전이 근사하네요

    사람들 표정이 예뻐요

  6. 괴이한은영

    우와, 중간의 사진은, 혹시! 그 유명하다는! 거울의 방인 건가요?? 으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떠오릅니다. ㅎㅎ

  7. 김괜저

    그곳은 거울이 많은 방이었습니다

  8. 난나라난

    밑에서 열번째 아저씨 장르노같이 생겼다!

  9. 김괜저

    장르노같이 생긴 사람 여기 짱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