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일에 오려던 것은 아니었다.


계획은 에딘버로우에서 삼박사일 더블린에서 이박삼일 부다페스트에서 삼박사일 빈에서 삼박사일하는 것이었다. 한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은 계획이었지만 화산재 문제로 영국과 아일랜드 방면 계획이 백지화되고 나머지도 불투명해졌을 때, 대신 파리에서 작정하고 온갖 재미난 것을 하며 반주일을 보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마침내 지난 목요일인가 대부분 항공편이 정상화되고 부다페스트부터 여행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엔 다같이 한 집에서 밤을 지새고 같이 택시를 불러서 공항으로 갔다. 과연 모든 항공사들이 정상운업 복귀한 상태였지만 워낙 밀린 승객이 많았기 때문에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속이 늦었다. 그러나 안심했던 이유는 전광판에 부다페스트발 비행기가 한 시간 이상 연착이라는 공지가 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제 속도로 수속 밟고 전부 통과해 터미널에 서서 보니 그 전광판 공지는 오류였고 비행기는 막 떠나고 없었다. 화산재도 뚫고 날기로 한 비행기를 그래서 눈 앞에서 놓쳤다. 난생 가장 초인적인 프랑스어로 강하게 항의하였으나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고 다른 비행편으로의 연결도 좌절되어 그냥 통째로 포기하는 게 가장 저렴한 해결책인 듯 보였다. 위 사진은 크게 상심하고 너댓 시간동안 뾰족한 수가 없어 공항에 죽치고 앉았을 때의 모습이다. 즉 우리는 원래 독일 동부의 작은 도시 Karshurl에 오려던 것은 아니었다.

  1. 고기딖따

    웬일이냐 그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그래도 밝아 보이니 다행이네. 젊음을_위하여_건배.jpg

  2. 김괜저

    예이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4. 김괜저

    나도ㅜㅜ 파리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