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산위에 올라섰다.


토요일 Montmartre 근처 A.P.C. Surplus에 간 김에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이키 합작 운동화가 보이길래 파란 걸로 사 왔다) 사진 찍었던 것을 깜박하고 있었다. 부활주일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관광객이 평소보다도 더욱 많았다. 중턱에서는 아무리 봐줄래도 별로였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끌었던 비보이 크루가 몸을 날리는 중이었고 성당 앞에서는 한 여자가 신시사이저 소리에 맞춰 곡소리 같은 소울을 불렀다. 우리는 눈을 깔고 이어폰을 끼고 보다 어울리는 다음과 같은 걸 들었다.

— Charles Trenet : Que reste-t-il de nos amours ?








이후 나는 어제 말했다시피 근처의 천 가게(몽마르뜨 입구 쪽은 직물상가 비슷하게 되어 있다)에 들러서 치즈천이나 거즈처럼 성기고 가벼운 마를 육 미터 정도 끊었다. Saint-Germain-des-Prés로 내려가서 지난 번 눈여겨 보았던 식당/바에서 농민(paysan) 그라땡과 샤도네를 먹었다. 지난 번 밤에 앞을 지나가다 분위기가 괜찮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안에서 바텐더와 한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시간이 늦어 닫았다는 손짓을 하길래 우리도 알았다 안녕이라는 손짓으로 답했다. 그러자 둘은 「오늘은 닫았지만 여기 정말 괜찮으니 꼭 내일 돌아와라 같이 한 잔 하자」라는 비교적 복잡한 내용을 너무나 명확하게 손짓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올 수 밖에 없었다.

  1. ROse

    노래틀어놓고 사진보니깐 영화보는것 같으다_.

    남정네가 상콤하게 피아노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다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