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잤다.

창작문예 포트폴리오와 뉴욕 타임즈 과제 때문에 전날 밤에 못 자니까 좀 붕 뜬 기분이라 어디 갈 수가 없었다. 프랑스어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너무 피곤해서 소리 내어 웃었다. 주변에서 괜찮냐고 물었다. 좋다고 그랬더니 선생님이 분명 뭔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했다. Je n’ai pas dormi et ça m’a rendu trés léger… (잠을 못 잤더니 가볍네요) 라고 대꾸했더니 가서 낮잠 자라고 보내주었다.
자러 가긴 싫었고 그냥 도서관 정문에서 일하는 마씬과 두 세 시간 있었다. 마씬과 나를 같이 아는 모델 하는 친구인데 프랑스에 한 학기 가 있다가 막 돌아온 Simon도 만나서 파리에 가면 이러이러한 것이 좋은데 어느날은 이러이러한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말을 정말 잘 한다. 마씬과 나는 둘 다 좀 처진 기분이라 바나나 많이 먹으면 혀에 느끼한 기분 남는 것처럼 사소하고 찝찝한 것들을 주제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기분 좋은 일이 좀 일어나면 좋겠다」라고 하자 지나가던 이가 큰 소리로 그녀에게 「웃는 게 진짜 이쁘네요」라고 외치고 지나갔다. 「기분 좋은 일 됐네」「조금만 더 기분 좋은 일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녀는 뜨게질을 계속했다.
어제 열 두 시간 잤다. 그리고 환골탈태하여 프랑스어 수업에 가서 이오네스코 발표까지 멋지게 했다. 오늘만큼 쉴 새 없이 떠든 적은 없는 것 같다. 말이 좀 늘긴 늘었다. 프랑스어는 대학에서 배워서 그런지 학문적인 내용이나 좀 수준 높은 주제로 얘기하는 것이 훨씬 쉽다. 오늘처럼 발레의 역사가 어쩌고 플로베르의 사실주의적 자유간접화법이 어쩌고 하는 얘기는 할 만 한데 발에 쥐가 났으니 일어나자라는 말은 못 한다는 것이다.


누가 숙희를 버렸나 / 44 사이즈 입는 여잔데


Gramercy 주변의 여러 중고 가게들을 돌아서 가죽 외투와 블레이저와 타이와 볼링상패를 샀다.

  1. 우녕탱

    44 사이즈 입는 여잔데 ㅋㅋㅋㅋㅋㅋ 아놔 선배 대박입니다 ㅋㅋㅋㅋ

  2. 김괜저

    뭘 그런 걸 갖고ㅋㅋ

  3. Rose

    44입는 여자도 버림받으면 55부터 는 어찌해야함? ㅋㅋㅋㅋ 그런데 뭔가 낭만적이다 “웃는게 예쁘네요~”라고 말해주는 모르는 사람 꺄꺄 이런거 너무 좋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