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듯한 생활을 한다.

방 북쪽 벽을 통채로 찍어보았다. 방이 기형적으로 긴 관계로 한쪽이 뻥 뚤린 옷장 같은 구조로 살고 있다. 왼쪽 상하로 둘 달린 봉은 원래 방에 있던 것이고 중앙의 큰 옷장은 작년에 쓰던 것을 변형한 것, 오른쪽 신발들은 재작년 도매한 신발상자를 쌓은 것이다. 매우 큰 거울은 길거리에서 주워왔다. 본래 왼쪽 아래 조금 보이는 가방을 옆쪽 벽에 못을 박아 차례로 걸어놓았었는데 매번 걸었다 내렸다 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그만두었다. 대신 침대 아래로 치우려던 수레를 바닥에 눕히고 의자와 서랍상자를 그 위에 덮어 가방을 올렸다. 여기에 방석을 놓아서 의자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방은 좁고 물건은 많아 하루만 막 살면 여지없이 개 꼴 되는 상황이므로 그걸 면하기 위해서 생활습관이 바르게 드는 것 같다.


오늘은 전선을 좀 만지다가 가벼운 감전이 되어서 잠깐 고생했다. 어제 늦게 들어와서 늦게 통화도 하고 그리고 나서 책도 좀 읽고 느긋하게 잤고 오늘은 오전을 다 보내고 나서 일어났다. 이제 다섯 시 정도면 밤이 오기 때문에 이래서야 햇볓을 쬘 수가 없다. 두부와 버섯에 양파를 잔뜩 넣고 대충 볶아서 점심으로 먹고, 동네 중국집에서 오렌지 닭고기 요리를 사와서 저녁으로 먹었다. 오늘은 유난히 우리 동네를 벗어나지 않았다. 커피도 바로 옆 상가에서 사 먹었다. 동네 철물점에서 상자를 두 개 사 와서 침대와 매트리스 사이에 깔았다. 공기침대를 치웠더니 얇은 매트리스가 좀 배기는 것 같아서 댄 건데 이제 확실히 좋아졌다.

— Jacques Brel : Mathilde
  1. 웅이

    깔끔하네요. 신발상자 재활용한 발상도 좋고 저렇게 쌓아올리니 장식 효과도 있군요. 사진을 잘 찍으셔서 그러는지 전체 구도도 딱 맞고요. 평소에 저렇게 선반에 차곡차곡 개서 정리하기 쉽지 않은데 정말 반듯한 생활을 하시는 듯.

  2. 김괜저

    좋은 평이라 고맙습니다.

  3. 마력덩어리

    반듯하십니다! 잘 보고 갑니다!

  4. 네모상자

    ^^ 왼쪽의 바퀴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5. 김괜저

    그것은 수레바퀴 입니다.

  6. Oscar

    네모빤듯

  7. sohm

    허허허…애증의 정리대마왕..

  8. 김괜저

    대마왕은 아니에요.

  9. Lucapis

    아아- 또 방사진이 올라와서 설레게 되네요.
    옷장쪽이 저렇게 정리되기 힘든데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