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겠다.

아홈시 삼십분 정도 되어서 극작 수업이 끝나고, 후추로 절인 베이컨이 들어갔지만 고기 자체는 퍽퍽하게 담백한 버거 하나를 사서 도서관 지하에서 먹고, 밤낮으로 여는 것이 주요한 Esperanto Cafe에 앉아서 에스프레소 곱배기를 시켰다. 제대로 밤 새는 날은 여기서 시작할 때가 많다. 오늘은 게다가 커피집에서 관찰한 것을 주제로 한 사회학 연구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더구나 적절한 장소인데 어쨌든 시작은 딴짓으로.. 제일 좋은 자리에 앉은 중국 손님 세 분이 가면 저기 앉으려고 쭈그려 있는데 갈 듯말 듯 애간장을 태운다. 아 버거만 먹을 걸 괜히 양파튀김을 처먹어서 속이 니글거린다. 여기에 적황소를 마시면 쓸개가 뒤집힐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커피로.. 아침에는 오레를 마셨는데 잠이 더 왔다. 수업이 정오부터 있는 날이라 늦잠 자려고 했는데 배관공이 방열기 고친다고 찾아와서 못 잤다. 오, 세 사람 일어나니 옮겨야지. 주스를 반이나 남겼네..
V-Bar라고 학교 최근방 커피집 중에 가장 쓸만한 곳이 있는데 저녁시간 되면 깔끔하게 바로 바뀐다. 이 곳을 낮 시간과 밤 시간 각각 두 번씩 한 시간씩 머물면서 사람들의 기본 행동양식을 관찰, 차이점을 해석하는 등등 하는 연구이다. 어디서 뭘 관찰할지는 내가 정한거지만 이게 방법론 수업이다 보니 그냥 이런 것도 한 번 해 봐라는 일회성 과제라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내용이었으면 아주 즐거웠을 작업이 그냥 별 거 없었다. 난 또 사람들 몸짓 발짓에 집착하는 자잘한 사회학에 그렇게 큰 관심은 없어서… 그래도 2주 전 나도 친구도 민망했던 인터뷰보다는 나았다.
같이 수업 듣는 Julia 그녀는 지난학기 성과 성역할 수업에서 이해력이 충분하지 못한 인상을 주곤 하였던 그러나 매사에 충분히 열심인 친구인데 이번 수업에서는 거의 수업과 과제의 팔할을 내게 의존하고 있다. 내색없이 귀찮지만 계속 내게 묻는 통에 나도 과제 같은 것 까먹지 않고 꼬박꼬박 하게 되는 것은 좋다. 지금도 쉴 새 없이 문자를 보내는데 나도 빨리 해치우고 내일 역시 제출해야 하는 두 번째 문예창작 작품 다듬어야겠다.

— Electric Light Orchestra : Evil Woman

어제 이미 끝내놓은 선곡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1. 유진

    나도 샜다! 전리품은 반경 3cm의 다크 서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