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지 진정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사실 어쩔지 모르는 일이다. 하루 걸려서 뉴욕 동네로 왔다. 이모네 가족이 오클라호마에 가 있는 동안 나 혼자 집을 보게 되었는데 지금껏 없던 일이기에 왠지 신선하고, 거의 얼었던 두부를 자르고 식용유로 데치듯 구운 김치와 아무렇게나 먹었더니 어쩐지 중간적인 세계에 걸쳐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오늘 집을 하나 봤는데 중국마을의 한복판에 있는 방이다. 요새는 새 버스에 밀려 인기가 잦아들었으나 한동안 돈 없어 폭발적이었던 보스턴 가는 풍화버스 정거장에서 3분 거리인 곳인데 지난 학기에 대륙의 연회를 하였던 식당에서도 모퉁이 하나만 돌면 되는 곳이다. 중국인처럼 살려면 여기만한 곳이 없다고 보았다.
사람은 좋았고 방도 크고 깨끗했다. 화장실도 충분하고 샤워실이 하나 따로 있어서 같이 쓰는 집치고 상황이 괜찮은 셈이다. 가구가 없는 빈 방이지만 엔간히 짐이 많은 게 아니고 또 직접 가져다 놓고 사는 것이 좋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다. 창문도 널찍하고 해도 잘받는다. 부엌도 갖춰져 있고 건물 전반적으로 안전해 보인다. 사실 위치만 빼면 바로 정해버리고 싶은 방이다. 중국마을이 아주 가까우면 또 모르는데 걸어서 20분 정도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방에 들락거리던 지난학기까지처럼 살기는 곤란한 거리이다. 동시에 지하철을 타기에는 돈이 좀 아까운 거리이다. 두 블락 옆의 라파옛을 오가는 학교버스가 있지만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일 것 같다. 내일 방을 두 곳 보는데 내 기억으로는 둘 다 동쪽마을이었던 것 같다. 훨씬 가깝기는 하기 때문에 주인이 시발새끼이거나 방이 발바닥만한 것이 아니면 살아볼 만 할 것이다. 아 사람답게 산다는 건 좀 어렵다.


유진누나를 만나서 점심 저녁을 같이 먹었다. 또 옷 사러도 갔다. 나는 남이랑 같이 다니면서 많이 사는 편이 아닌데 오늘은 누나의 주장대로 소비를 촉진하는 동행을 해서였는지 이것저것 좀 샀다. 사실 그냥 세 달 동안 우리나라에 있으면서 여기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웠다. 쓸데없는 것만 파는 Topman에서 불구하고 짙은 색 모자와 파랗고 뚱뚱한 안경집을 샀다. 원래는 봐 두었던 가방을 사려고 했지만 소호의 J.Crew 매장이 남성복 매장을 떼어놓으면서 그곳에서 취급하는 품목에 허세가 더 가미되었는데 (Tribeca 이발소 매장에 했던 것을 습관화하는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보아 둔 평범한 가방은 더 이상 없었다. 대신 Ben Sherman에서 피케 하나를 샀다. 유진누나를 데리고 살 수 없게 멋있는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가죽외투를 보러 다녔다. 모히또와 라떼를 곁들여 새우로 된 간단한 저녁과 초콜렛과 에스프레소로 된 거창한 후식을 먹었는데 이로써 The Corner Shop Café는 내가 아침 점심 저녁을 전부 먹어 본 몇 안 되는 식당이 되었다. 11PM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맨해튼에서 빠져나오는 차들이 무진장이었다. 물론 내일도 나간다.

  1. 수푸

    얍 벌써 미국갔어? 이제 다들 떠나는구나….. 미국의 냄새……..

  2. 김괜저

    미국에서 중국의 냄새 나면 안되는데..

  3. 김괜저

    그스….. 필요해

  4. yech

    ㅅㅂ 연락도 안하고 간 널 반드시 없애버린다

  5. 김괜저

    압구정 선약있대매 나쁜놈아

  6. 김괜저

    짧긴 하지만 아무리 잠깐만 와도 뿌듯한 곳이니 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

  7. 심바

    흑 선배 결국 이번 여름은 못 뵜군요ㅜㅜ 미국에서 (진짜 정말) 자주 뵈요.

  8. 김괜저

    그러게 나도 아쉬운데 가까우니까 와서 볼라고 했다

  9. 세주

    육피트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10. 김괜저

    난 2,000 평 정도..

  11. 마말

    동쪽마을이라니 무슨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동네같군

  12. 마말

    근데 대륙의 연회 한 곳이 혹시 Jing fong임?

  13. 김괜저

    맞 음

  14. 김괜저

    아 그럼 가까운 거리도 아니니 어려울 수 있겠네요
    그 동네도 무지 재밌다는데 있는 동안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15. 스플렌다

    주인이 시발새끼라는 것에서 마우스 쥔 손이 부들 떨립니다.

    제 집주인은 개예요. 흑. 고칠 거 하나도 안고쳐놓고서 와서 뭐라고 하니 이제서야 페인터를 부르고 하수구를 뚫고 전구달아준다고..-ㄱ-

    끝내주는 발코니 풍경만 아니라면 때려치고 나갔을 정도로 주인이 스트레스였어요…학기 시작했는데 다음주에 페인트질해준다고 ^_^…

    좋은 집/방 구하시길 바래요!

  16. 김괜저

    어구 이런… 그럼 개집…?

  17. 스플렌다

    렌터는 개지만 전 개가 아니니까요 후후후후훟

  1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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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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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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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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