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갈아신었다.

민속촌에 김엄마님과 가서 상모 돌아가는 것도 보고 줄 위를 튀어다니는 분도 보았다. 뗏목 근처에서 주황색 고양이가 꼬리 위에 앉아 있었다. 뱅 머리를 한 초가 담 따라 땔깜 쌓아 놓은 것에서 이런저런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성탄절식 나무에 발광고추와 홍등 같은 것을 엮어서 금줄로 장식을 달면 근사하겠다. 쉬는 날에는 셀프라길래 불고기 판이 올라간 버너를 직접 받아와 나눠먹었다. 거의 팔구년만에 처음 장기를 두었는데 거의 잊어버렸었다. 그러나 승리하였다.


성희가 종로 3가에서 경시대회 보는 것을 은근히 돕기 위해 함께 그리로 갔다. 까뻬 뎀셀브즈에서 타르트 같이 먹고 나서 성희는 보내고 우리는 영풍문고에서 끊어진 목걸이에 세무끈을 샀다. 와서 고리를 달았는데 매달려고 했던 엽전들이 어디 흩어졌는지 못 찾았다. 성희가 읽을 독서평설도 샀다. 대회는 금방 끝났대고 데리고 같이 인사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줌마는 이제 나를 알아본다.
나 혼자 집에 안 가고 명동으로 갔다. 운동화를 새로 사려고 몇 주 전부터 돌아다니던 분위기였다. 에이랜드에 수입된 것 사려고 했는데 치수가 없었다. 일요일에 다개국 사람들로 떨어진 동전 주울 틈 없는 데를 뭐가 있다고 세 시간이나 돌아다녔다. 간 데 또 갔다. 하나 고르면 무조건 치수가 없다고 했다. 다들 짜고 이러는 것이 틀림없다. WESC 직원은 자꾸 까만 걸 권한다. 아디다스에선 반짝이 달린 걸 권한다. 신발 고르는 내 기준이 변태란 말인가? 하는 수 없이 맨발처럼 평범한 나이키 한 켤레를 샀다. 일부러 바쁜 밀리오레였던가 남성복 매장 화장실에 가서 갈아신었다. 새 신 신으면 으레 발목 뒤쪽이 쓰린데 요건 갈비뼈 아래쪽이 쓰렸다. 집에 와 외환은행 계좌에 돈 들어온 것을 확인해 보고서 슬리퍼 끌고 돌아오는데 그 때 쯤 낫기 시작했던 것도 같다.

  1. 휴면딖따

    친절한 현자씨가 그리운 저녁이네 그려.

  2. 김괜저

    난 간 지 이틀 됐는데도 그립네그려.

  3. 애플

    훈훈한 오빠이시군요. 부러워요~

  4. 김괜저

    제가 부럽나요 동생이 부럽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