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인이 모호하다.

인과라는 것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왜 꽃병이 깨졌는가에 대한 원인은 잘 깨지는 재질이라서일수도 있고, 탁자에서 떨어져서일수도 있고, 저놈이 밀어서일수도 있고, 탁자 위에 자리가 비좁아서일수도 있고, 탁자가 너무 높아서일수도 있고, 바닥이 단단해서일수도 있고, 도자기는 충격을 받으면 깨어지는 성질이 있어서일수도 있고,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에는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어서일수도 있고, 지구의 질량이 꽃병의 질량에 비해 워낙 커서일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오늘 재수가 없어서일수도 있다. 가리키기 나름이다. 왜 전대통령이 깨졌는가에 대한 원인도 그럴 것이다. 사인이라는 것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누구는 사람이 죽기만 하면 다들 자살이라고만 한대고, 또 누구는 타살이라고만 해싼다고 말한다. 타살까진 아니더라도 미심쩍다는 시각을 그냥 <영화 많이 본 것들> 아니면 <열심히 낚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기분도 있지만 확실히 아니라고 할 이유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니까 되도 안 되는 상상력이라고 때리지는 말자.
유명인사의 죽음에 대처하는 개인의 마음으로는 그냥 덮고 훈훈하게 보내고 할 일(핵폭탄 같은 거..) 했으면 좋겠지만 대통령은 참 죽기도 힘들다. 가족들은 참 보내기도 힘들다. 사실 어떤 죽음이고간에 분초 단위로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해서 꼴까닥 했다를 다 적어내려면 어디 그게 쉽겠어. 대낮에 육삼빌딩에서 뛴 것도 아닌데. 수사가 좀 삐걱대기는 하지만 원체 유명한 그 역량을 감안하면 최선을 다하는데도 잘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자체로는 타살이 자살보다 더 충격적일 이유도 없으니 전해듣는 입장에서는 모르는 부분은 단정해 버리지 말고 눈귀 열고 판단하자. 솔직히 여기까지 음모론이라니 이건 또 무슨 병신이야 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는 그냥 그 가능성이 혐오스러워서인 경우도 많을테니까. 공포는 배워서 떨쳐야지, 그냥 「에이~ 귀신이 어딨어?」하고 말로만 피하면 꼭 가위눌린다.

  1. 마뱀이

    ‘공포는 배워서 떨쳐야지’ 공감!!!

  2. 김괜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