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팔이 빠지려고 한다.

라켓이 부족해서 테니스 라켓으로 라켓볼을 쳤더니 팔이 빠지려고 한다.


여전히 늦저녁에 잠들고 꼭두새벽에 일어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팔라디움에서 오믈렛에 베이컨에 감자에 와플까지 웬만한 점심보다 배부른 아침을 먹었더니 너무 배가 불러서 알파벳 도시로 산책을 나갔다가, 첫 수업 시작 15분 남기고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을 깨닫고 부리나케 되돌아가야 했다.
아침형 인물이 되니 확실히 시간이 남는다. 매주 목요일마다 제출해야 하는 <성별과 성역할> 수업 과제는 두세 페이지 정도 써야 되는 건데. 이전에는 별 거 아닌 것도 밤새 딴짓과 병행하며 슬금슬금 하곤 했지만 이제는 밤에는 개요만 잡아 놓고 아침에 7시부터 쓰면 한 시간도 안 돼서 끝난다. 언제부턴가 예술 면 빼고는 설렁설렁 읽고 있는 뉴욕타임즈도 한 자 한 자 완독할 여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빌리지 보이스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이런 것이 아침형의 승리이구나. 그치만 밤의 고독이 그리워 언제든지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다.


특정 의류를 찾아서 오늘 수업 중간중간마다 소호로 내려가 헤맸다. 유명한 옷이라 있는 곳 많을 줄 알았건만 아디다스 본건물에도 없고 오리지날 매장에는 치수가 없고 예전에 보았던 Scoop까지 갔지만 색상이 없었다. 결국 오늘 라켓볼 할 때 입으려 했던 건 무산되고 인터넷으로.. 조금 허무하지만 괜찮다.

  1. 애플

    오! 아침형 인물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군요.

    마지막 줄의 밤의 고독까지 완벽하게 이해할 것 같은 이 기쁨이란!

  2. 김괜저

    이대로 살면 재미없을 것 같고 그냥 종종..

  3. Oscar

    하 저 팔이 빠지려고 하는 기분을 읽고나서 너무 공감한 나머지 누가 계속 팔 잡아당기는거가타……

  4. Oscar

    나는 테니스라켓으로 스쿼시나 배드민턴같은건 친 적 없는데….

  5. 김괜저

    누가 진짜 잡아당기는 건 아닐까….
    눈감고 30초동안 팔을 느껴본 뒤 뒤를 홱 돌아봐

  6. Oscar

    이러면 나 진짜 하는거 알자나 젠장…
    뻔히 없는거 아는데 누가 진짜 잡아당기는 건 아닐까 읽으면서 설득됬어…

  7. 천적

    “오늘 수업 중간중간마다 소호로 내려가 헤맸다” 파문

  8. Oscar

    왜?

  9. 김괜저

    얘 부러워서 그래

  10. Oscar

    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