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껍데기만 되게 잘 남아있다.

목요일 저녁에는 yjham님 갤러리에 가서 구경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아빠와 통화를 했다. 바로 내려올 수 있었는데 괜히 Penn 역까지 올라가서 빙 돌아 걸어왔다. 나는 눈 녹는 꼴이 싫어서 초봄이 별로다.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어제 비 예보가 있었는데 마냥 맑았다. 얼마 전에 아주 얇은 자켓을 사면서 입으려면 좀 기다려야겠구나 했는데 순식간에 날이 풀려서 오늘 입었다. 봄방학 전까지 비 올 때 신을 수 있는 부츠를 사야 되는데, 마음에 드는 것 싼 것 찾는 데 지쳤고 환율 때문에 잔고도 모자라다. 인쇄기 잉크 사는 돈이 너무 아까와서 세 달 동안 안 쓰고 내버려두었는데, 결국 레이저 인쇄기를 사버렸으니 나의 절약 방식에는 어딘가 변태적인 면이 있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많은 양을 뽑았는데 마음에 든다. 애초에 레이저를 샀어야 되는 것인데 싼 기계 가격에 잉크젯을 산 것은 잘못이었다. 이렇게 짐이 하나 늘었다. 만약에 내가 지금보다도 더 정신을 놓고 반의식으로 글을 쓴다면 모든 문장이 뭘 샀다 뭘 구했다 뭘 얻었다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 나는 가끔 넓고 깊은 내 가지고 싶은 욕심에 깜짝깜짝 놀란다


엑럽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나도 엑럽도 짧은 머리가 익숙하지 않아.. Great Jones Cafe에서 먹었다. 나는 pulled pork 버거를 먹고 엑럽은 루이지애나 잠발라야를 먹었고, 고구마 튀김이 특히 맛있었다. Moxa에 오랜만에 들려서 모카 프라페를 동시에 먹었다.
오후에 잠깐 낮잠을 잤는데 오스깔이 내게 「너는 껍데기만 되게 잘 남아있구나」라고 호평하였다. 기억나니? 환상이었지만 아주 아주 날카로운 말이었다. 실제로 종종 몸과 혼은 나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닥 끝까지 방어하고픈 생각은 아니지만 살면서 쉽게 쉽게 들기는 한다. 마치 스타일시트를 HTML에서 분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연어껍질처럼 끝까지 깨끗하게 벗겨낼 수 있을까?










  1. 여랑

    같은 치약 찌찌뽕

  2. 김괜저

    아싸 같은 치약

  3. 가갸거겨

    같은 칫솔 찌찌뽕

  4. 김괜저

    아싸 같은 칫솔

  5. 마말

    나도 찢은 돼지고기 먹고 싶군

  6. 김괜저

    봄방학 언제냐 우리랑 안겹치면 먹으러 가자

  7. yjham

    만나서 반가웠음. 조만간 또 보지요.

    (근데 저 잭블랙 썸띵은 쓰기 괜찮은지?)

  8. 김괜저

    잭블랙 중에서 저거 하나 꾸준히 쓰는데.. 기름 없는 선블록이에요. 얼굴에 기름이 충분해서..

  9. Oscar

    기억나니가 너무 무서웟단말이다ㅠㅠ

  10. 김괜저

    기억 안 나니?

  11. 김돌돌

    화장품 앞에 소지품 늘어선 거 보고 노홍철 냉장고를 떠올렸습니다

  12.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