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촌 반냐 삼촌 봤다.

Anton Chekhov 원작, Carol Rocamora 번역 : UNCLE VANYA (1899)
Austin Pendleton 연출 / 출연 Denis O’Hare, Maggie Gyllenhaal, Peter Sarsgaard 외
어제 Shakespeare Co. 책방 지하에서 Doubt 극본을 샀다. 영화가 비교적 아주 충실한 각색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읽고 있다. 연극 무대가 보고 싶어서 못 견딜 때까지 견디다가 약속대로 세미누나를 만나서 Punch에서 저녁을 먹고 연극 보러갔다
Classic Stage Company! 뉴욕에서 연극 전용 극장은 대여섯 곳 밖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어쨌거나 여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할거다. 극장과 별개로 한두 평 짜리 로비에서 하는 Everyman Espresso의 커피는 최상등급이다. 이름대로 고전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을 올리기로 유명한 이 극장에서 Chekhov의 Uncle Vanya를 보러 갔다.
체코프의 작품 중에 <바냐 삼촌>은 재작년 들었던 금쪽같은 수업 <리얼리즘과 때려치우는 방법>에서 교수님이 몇 번 인용한 적이 있는 연극이었다. (「문득 일어나니 인생을 헛살았구나」) Denis O’Hare가 지난해부터 꽤 오래 공연하는 것을 로비에 걸린 포스터로 알고 있었는데 올 초부터 영화•연극 스타이자 연인 사이인 매기 질렌할과 피터 사스가드가 함께 공연을 시작했대서 봐야했다. TKTS에서 잠깐 파는 티켓이 겁나 속히 동나 발을 동동하던 중에 세미누나가 할인표를 구했다고 연락, 많이 기뻐하면서 처음으로 CSC 로비 경계선을 넘어보았다
3면 객석에 대단히 높은 천장과, 매우 깊어 입체적인 세트가 돋보이는 소극장, 무대 우측 첫 번째 줄에 앉았다. 소극장이 대개 그렇듯 객석과 무대의 뚜렷한 구분이 없다. 우리 무릎 몇 뼘 앞에 소품인 피아노와 의자가 있어 때때로 배우들과 극단적으로 가까웠다. 소극장의 묘미로 당연한 것이니 그렇게 흥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랄까지만 얼굴 익숙한 배우들이니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작품 관람을 celebrity sighting으로 축소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마지막으로 본 질렌할이 반 미터 앞에서 주름이 보이도록(ㅜㅜ) 열연하는 모습은 저녁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사실 체코프를 특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내가 열광하는 antitheatrical(반연극적) 요소는 없지만 적절한 연출 덕분인지 미묘함이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다소 지치기 쉬운 인물들이 모여서 지치는 것이 주제인 극이니만큼 감정상 역동적이기 까다로울 듯한데 배우들 특히 Denis O’Hare는 아주 훌륭했다. CSC의 대부분의 공연이 그렇기로 유명하듯 원작을 잘 알수록 즐길 구석이 많을 것 같다.
극장을 나오면서 객석에 있던 질렌할 남매(Jake & Maggie)의 아버지 미스터 질렌할을 지나쳤다. 무진장 추운 날씨에 창문을 열고 집나간 룸메 덕분에 샴푸가 얼었지만 궁극적으로 매우 기분 좋은 하루다.

  1. 천적

    헉 매기…

  2. 김괜저

    질 렌 하아알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4. 김괜저

    정말 좋았지.. 쏘냐를 했었구나!

  5. 키무돌돌

    미스터 질렌할 어케 알아봤음??? 이름표 달고 계셨나… <-

  6. 김괜저

    지나가는데 자기가 매기 아빠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