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가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우리 creative writing 반 정말 아주 진심으로 사랑한다. 다섯 명의 작품을 읽고 오늘 처음 워크샵을 했는데, 다 참 재밌게 인상깊게 읽었다. 그 중 몇은 진정 최고 수준이었다. 보통 내가 제일 잘하고 나머지가 못할 때 기분 좋은건데 이렇게 남들이 엄청나서 즐거워 본 것도 오랜만이다. 선생님의 증언도 그렇고 친구들의 말도 그렇고 모든 creative writing 수업이 이렇지는 않다고 한다. 원래 한 번의 워크샵에 다섯 작품을 전부 토론 때리고 정리하고 넘어가게 되어 있는데 글들이 너무나 아썸한 나머지 (또 사람들이 너무 열정적인 나머지) 다섯 작품 중 두 작품밖에 워크샵을 못 했다. 그것도 겨우. 아마 이제부터는 수업 내용은 관두고 워크샵만 100% 돌릴 것 같다. 좋지 뭐. 내가 쓴 것은 2주 후에 잡혀 있다.
한편 CB2에서 엄청난 세일에 힘입어 산 검정 대나무 돗자리 역시 진정 최고 수준이었다. 한순간에 방이 50%는 완성된 느낌입니다. 청소기가 없으면 관리가 까다로운 카페트 바닥이라서 맨발로 지낼 수 있게 관리하려는 계획에 손을 댈 수가 없었는데 한 번 싹 치우고돗자리를 까니 (말이 돗자리지 꽤 두껍고 무거운 단단한 바닥이다) 깔끔하게 정리됐다. 다음 주 쯤이면 모든 방 계획이 완성될 것 같다.
학기 초와 말에만 신경쓰면 되었던 직장일이 올학기에는 꾸준히 쭉 이어질 전망이라 시간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위에 말한 듯이 creative writing workshop 과제도 만만치 않은 게 매주 동료들의 다섯 작품을 읽고 각각 한 장씩 리뷰를 써서 돌려줘야 하며 틈틈히 자기의 작품도 써야 되고 수업 내용에 해당하는 서너 편의 단편도 읽어야 된다. 프랑스어 수업은 항상 그렇듯 성실히 따라하기만 하면 점수는 잘 받을 수 있지만 내년 파리행을 염두에 두고 배우려니 심적 부담이 더 세졌다. 현대미술은 솔직히 말해 별로 흥미가 안 생긴다.지난 학기에 아주 흥미진진했던 시각문화개론과 겹치는 텍스트들을 삐뚤빼뚤한 접근에서 돌아와 정석으로 배울려니 그런 것 같다. 구하기 힘들었고 비쌌고 무거운 지정 도서는 뭣모르는 내가 봐도 그닥 좋게 평가하기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제출해야 할 과제들은 작품선정이나 주제상 지극히 열려 있어서 그 과정은 재미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학 개론은 평범한 느낌이다. 하지만 사람 수가 많은 강의들이 으레 그렇듯 강의 중 질의나 개별수업 때 드러나는 학우들의 지적 성숙도가 많이 아쉽다. 개새 이런 말을 하다니! 그치만 분명 그런 걸..
그제는 sophomore presidential honor scholars 중 내가 택한 dublin 그룹 첫 세미나에 갔다. 근데 이번 학기에는 무슨 조화인지 주위에 온통 백인밖에 안 보인다. 서른 명 가까이 되는 더블린 멤버들 중 나와 싱가폴 소녀 이렇게 둘 빼고 전부 백인이다. creativewriting 수업에도 나와 선생님만 빼고 다 백인인데, 확실히 문과 쪽으로 깊이 들어올수록 백인 대세가 굳어지는 것인가? creative writing 반은 이미 화목화목해서 별로 느껴지진 않는데 더블린 그룹은 처음 만나 다들 어색한 가운데 까만 머리가 극소수이니까 왠지모를 복잡한 기분이 든다.

  1. 슈파도잉클

    나도 재밌게 공부했으면 좋겠다 -_- 근데 왜 이렇게 공부면 다 싫지? 흑흑

  2. 김괜저

    흑흑..

  3. EggLover

    내 주위에는 온통 까만머리밖에 안보인다

  4. 김괜저

    나도 이제 까만머리 좀 봤음 좋겠다

  5. 지원

    아니 형님은 무슨 방에 호텔차리시나…..ㅋㅋㅋㅋㅋㅋㅋ

    여전히 지름신은 떠나지않으시나바여~~ㅋㅋ

  6. 김괜저

    내방인데 호텔보다는 좋아야지..

  7. 금숲

    대나무 돗자리 좋을것 같아 ㅋㅋㅋㅋ

  8. 김괜저

    좋은데 의자때문에 긁혔어요.. 방금 그래서 의자다리에 안 긁히게 하는 부직포 붙였어요

  9. 터진김밥

    나도 이번학기 imaginative writing 듣는데 ㅋㅋㅋㅋㅋㅋ 진짜 다른 사람들 어쩜 그렇게 글들이 아썸한지ㅠ

  10. 김괜저

    유일하게 지루함이 없는 리딩 과제..

  11. 효진

    우와 멋지세요

    글 잘 쓰고 문과 사랑하시는 거 부러워요 ㅎㅎ

  12. 김괜저

    글 잘 쓰고 문과 사랑한다고 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