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 만든다.

서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었다. 세종임금은 나랏글을 맹가면서 참 무거운 짐 또한 얹어주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로마자 서체 개발보다 수백배 시간이 걸리는 일이 한글 서체 개발이다. 완성이냐 조합이냐, 탈네모냐 네모냐, 가변이냐 아니냐 등 해묵은 문제들도 딱히 실마리가 안 보이고 흐릿한 논쟁 구름으로만 있다.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들이나 단체, 기업들이 없는 것은 아닌데 워낙 다각적인 문제다 보니 기별이 안 가는 첫술만 연거푸 뜨고 있는 인상이다.
참으로 일가견이 있다는 디자이너들도 한글은 영어보다(로마자보다) 못생겼다고 마치 뼈를 깎는 듯 고통스런 직언이라는 양 말하는데, 멋지게 잘 다듬어진 한글 서체들이 적은 것을 로마자 서체보다 그 본질적인 형태가 추하다고 잘못 느껴 말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삼백 년 된 체계화된 로마자 활자법을 이유식 단계인 한글 활자에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멋없는 짓이다. 일본어 활자들을 보면 물론 주요 글자들의 밀도가 낮아 디자인이 덜 까다로운 면도 있지만 비교적 이른 활자화디지털화로 안정적이고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를 보여 준다. 시간과 노력의 문제이다.
내가 이틀내내 한글이 이렇네 우리말이 이렇네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노인네가 다 되었다고 할 지도 모르고 좀 더 김괜저를 잘 아는 사람은 이놈은 미국물 처묵처묵 하면서 뭘 안다고 우리말에 연민을 씨부리나 할 지도 모르겠다. 난 우리말 순수론자는 절대 아니다. (실은 나는 순수론이란 순수론은 다 미워해요) 여기 쓴 글들만 봐도 참 꼴깝떠는 국영문 혼용이 비일비재하지. 나는 그저 영어도 완벽하게 한국어도 완벽하게가 목표일 뿐이다. 디자인 할 때는 영어도 때깔나게 한국어도 맵시있게가 목표지. 강제 영어상용화(영어 안 쓰면 법정)을 하면 뒤집어질 사람들이 짧은 영어를 굳이 여기저기 쓰려는 것은 공자 만나고 돌아와서 집에서 아들딸내미에게 문자 쓰는 격이다. 영어를 잘 하면 세계를 상대로 영어를 처 쓰고,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말 멋있게 쓰는 데 관심 좀 가지란 것뿐이다. 영어 못 하라는 게 아니고 우리말 잘 하자는 거야…

  1. 금숲

    쳐쳐쳐 챠챠챠

  2. 김괜저

    룰루랄라

  3. 쎌★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 ‘한국어도 맵시있게’가 참 공감되네요.

  4. 김괜저

    몹시 맵시있도록..

  5. 한결

    조합 탈네모 가변

  6. 김괜저

    반만 아는 소리.

  7. 마말

    ㅋㅋㅋ 영어 안쓰면 법정

  8. 김괜저

    바이올레이션.

  9. 카방클

    요즘들어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신듯

  10. 김괜저

    자꾸 드네요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