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격에 귀천이 있다고 믿는다.


자기를 객관화하려면 제 눈을 뽑아서 멀리 놓고 답신을 기다려야 되는데, ‘자기 객관화가 성숙의 증거’라고 함부로 말할 때 우리는 저 정도 용기가 있어선가? 역지사지를 하려면 날 저 사람으로 옮겨야 되는데 저 사람 스스로가 아니면 내가 저 사람의 눈에서 본다는 게 대체 어떤 걸 줄 알고 함부로 상상한다는 것인가?
나는 분명히 인격에는 귀천이 있다고 믿는다. 그게 우리가 공장에서 쏟아져 나올 때부터 엄연히 내재하는 클럭수의 차이인 건지, 출고 후 많은 우연과 우연같은 필연의 작용으로 성능에 차이가 생기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우린 그 누구의 인격이 함량미달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결정이 틀릴 수는 있지만 어떤 사람 갑은 어떤 사람 을보다 ‘더 상대할 만한 인격’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결론이 어떤 방법으로든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기여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충분히 알지 않고는 인격의 귀천을 파악할 수 없는데 우리는 만나는 모든 이들을 전부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것이 숙명이므로 ‘모든 인간은 똑같이 훌륭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 라는, 다분히 흔들흔들거리는 가정을 입에 물고 출발할 뿐이다. 그 가정은 약해빠진 것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내가 높게 평가하는 인격이 나랑 가장 친한 친구들에 순서대로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친구들이 나를 그 잣대로 재서 친구목록에 끼워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매력이라는 것은 때때금 인격과는 별개로 존재하고 내겐 그것이 실상 더 중요한 사교의 요소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은 돌과 쇠로 되어 있고 나무는 의자로 되어 있다. 상에는 그릇 몇 개 수저 정도 올라가고 나무엔 사람이 앉는데도 그렇다. 사람은 자신이 주변에 놓여지기를 바라기도 하는 애들이다. 그것은 내리쳐도 끄떡없는 모순인데 말이다..

  1. ZOON

    인격도 그렇지만, 상성도 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는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 상성은 안맞는 경우도 꽤 있죠^^

  2. 역시나그렇게

    준님 : 상성, 적당한 단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