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뿌듯하다.

회사가 크면서 예전에는 누군가 피치못해 하던 ‘그 밖의 일’에 속했던 업무가 체계와 지식을 갖춘 팀의 일로 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요즘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니다. 작년에 디자이너 한 명 없던 회사가 이제 UI·UX, 브랜딩, 프론트엔드 템플리팅, 일러스트와 사진까지 전방위 능력을 갖춘 3인의 팀을 갖게 된 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는 이제 디자인에 관한 고민을 팀에 모두 넘기고, 플랫폼 생태계와 서비스 정책, 콘텐츠와 외부 관계 등을 포괄하는 커뮤니티 팀을 위해 일하고 있다. 고객 응대와 콘텐츠 마케팅, 외부 협력에서 PR까지 구분없이 임하던 작은 팀 내에 커뮤니티 서포트, 콘텐츠 및 기획, 정책 및 교육 등의 축을 세우는 작업을 먼저 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우선 외부에서 보기에 ‘저절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노력들에 이름을 붙이고 큰 갈래로 묶고, 구성원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어떤 방법으로 성과를 체감하고 성취감을 느끼는지 듣기 위한 시간을 많이 쓴다. 다만 요즘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건, 문화 형성과 조직-개인 정렬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그것만을 목표로 말만 나누고 마는 상황이 반복되게 두면 안 된다는 점이다. 방향을 도출했으면 같은 기억의 단위가 되는 기간 동안 시행할 수 있는 일을 분명히 정해야 하고, 개인과 조직의 성취를 겹치게 하기 위한 모든 작업은 그 자체로 개인의 성취이자 조직의 성취로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르 귄의 말을 응용하자면, 사람이 설정한 사람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사람의 손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 아무리 크고 막연하고 한 사람의 손으로는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과제라도, 오늘 뜰 수 있는 첫 삽은 있는 것이다. 그런 ‘하나씩’의 마음을 동감하는 동료들과 일하는 것이 즐겁다.